김명배시인의 신서정시

[스크랩] 笑而

신서정시 2018. 2. 4. 17:13

 

笑而 /김명배

 

심심하면 가끔 아내가

사랑한다고 말해보라 한다.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닌 것도 아니고,

나를 흔들면 나는 그냥

빙그레 웃는다.


백발이 된 아내가 지금도

사랑타령을 한다.

봄 여름 다 지나서

온통 그리움이 된 가을들판

거기 어디 낮은 지붕으로 완성한

조금은 섭섭하고 조금은 슬픈

둥지 속의 이야기

비어 있는 것도 아니고

비어 있는 것이 아닌 것도 아니고.

하늘이 놀다가 떠나버린 곳

새장 속의 새는

제4막 제5장 소꿉놀이 사랑연습을

보고 있는 건지 안 보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사랑하느냐

사랑하느냐고 묻기 전에

내가 먼저 빙그레 웃는다.


출처 : 시인나라
글쓴이 : 난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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