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배시인의 신서정시

[스크랩] 자식놈 왔다 가는 날

신서정시 2018. 2. 4. 17:22

 

 

 자식놈 왔다 가는 날 /김명배

 

동구 앞 장승이 웃고 있네.

딸년 시집가던 날 웃고 있더니

자식놈 기일에도 웃고 있네.

우스워서 석기시대의 웃음

아무 때나 웃는 게 아니라

세상이 그를 그렇게 만들어 놓아서

웃고 있네. 미쳤다.

미쳐서 이승의 문턱에 서서

한평생 웃기만 하는 것보다

웃다가 울다가 하는 것이 어떨까

너무 익숙한 웃음,

뵌 적도 없는 우리 할아버지 웃음

같기도 하고,

이 세상에 온 적도 없는 우리 손자

웃음 같기도 한 그런 웃음

장승이 웃고 있네.

죽은 나무도 잘 깎아 심으면

소리내어 웃을 줄 아는 법인데, 돌았다,

돌아서 자식놈 기일 날, 동구 앞에 와서

한바탕 크게 웃고 가는 누가

있을지도 모른다.

잘 찾아보면 거기 어디 웃다가 빠진

원시인의 앞니 하나

춤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출처 : 시인나라
글쓴이 : 난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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