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鏡
鏡 /김명배
- 허튼소리
웃음으로 막을 내리는 연극이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장면은 히히히 웃기는 소극이 재미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얘, 너는 저 소리 안 들리니. 검새울 시골집에 나타나던 그놈들이 언제 여기까지 따라와서 밤마다 저희들끼리 떠들어 댄다.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저놈들도 꽤나 심각한 모양이다. 정말 누가 심각한 것인지 아버지 말씀이 너무 진지해서 웃지도 못하고 돌아서서 가슴 적시던 내가 70도 겨우 중반에 아버지가 들으시던 도깨비소리를 듣게 되다니 내가 심각해졌다. 가끔 한밤중에 찾아와서 두런거리는 소리로 나를 긴장시키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냥 심심풀이로 대충 듣고 있어도 되겠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괴로운 일이고 말년을 편히 산다는 것은 결국 어둠에 익숙해지는 일인데 그것 역시 그놈들 때문에 만만치 않다. 이제라도 도깨비들을 만나 단판을 지었으면 좋겠는데 그놈들은 낯짝도 보이지 않으니 방법이 없다. 만나기만 하면 그놈들 중에 괴수로 보이는 놈의 코나 그것을 꽉 움켜잡고 항복을 받아낼 수도 있을텐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내 눈엔 그놈들이 뜨이지 않는다. 부적도 효험이 없고 망나니 칼로도 안 통하니 이것 참, 내일은 절에 가서
영험한 한지 몇 장 얻어다가 주사로 거울 경자 하나씩 크게 써서 도깨비들이 출몰하는 곳 여기저기에 딱 붙여 놓기나 해야겠다. 혹시 모르지. 거기 그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히히히 그놈들이 달아나 버릴지 누가 아는가. 그렇게만 된다면 연극의 종장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 요즘 세상에 그놈의 도깨비들이 한두 마리이어야지, 우리 아버지는 대국 도깨비 미국 도깨비 일본 도깨비 소리도 들린다 하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