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배시인의 신서정시

[스크랩] 지게

신서정시 2018. 2. 4. 21:44

 

지게
                              - 허튼소리

 

                                                   김명배


보아하니 너는 깊은 산중에 들어가 중이 되거나 산적이 되기는 애시당초 텍도 없고* 길짐승 날짐승 꽁무니 쫒는 포수 아니면 산삼 더덕 도라지 캐는 심마니 그것도 아니올시다고. 천상* 나무꾼 노릇이나 해서 찬밥 한 술 얻어먹고 살 상판이니 큰 욕심 버리고 지게나 열심히 지라고 돌팔이 박수가 뇌까리고 가더니, 재수가 옴 붙었나, 아침부터 덜컥거린다. 밥 먹다가 숟가락을 떨구지 않나, 강아지 꼬리를 밟지 않나. 아무리 꿈이라도 그렇지 덕담 한 마디 던져주면 누가 잡아먹나. 혀는 왜 또 차고. 인심 한 번 고약한 사람. 별로 잘나지도 못한 주제에 누구 팔자 훈수 두려 하는가. 오늘은 조간 신문 사진 속의 인물들이 자꾸 그 돌팔이 박수로 보여서 정말 살맛 안 나는 날이다. 어디 한번 소리질러 봐. 너는 산신령이 되고 싶니, 나무꾼이 되고 싶니. 찬밥덩이 물 말아 먹어도 나는 맛만 있더라.


* 텍도 없고 : 턱없다 턱도 없다의 사투리
* 천상 : 천생(天生)의 사투리

출처 : 시인나라
글쓴이 : 난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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