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감상> 김명배 시인의 <山村 1>
山村 1
김명배
광녀가 묵고 간 폐가
마당귀에
흙발로 서서 웃는 해바라기
고개 돌리고 있다.
산감이 익어가는 가을
한나절 내내
개가 짖는다.
이 시는 사람들이 모두 떠난 산촌의 정경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그러나 쓸쓸하게 묘사하고 있다.
시를 읽는 순간, 독자는 바로 시가 뿜어내는 따스한 정서에 휘감기게 된다. 내 개인적인 서정으로 말하자면,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가, 곤한 몸을 이기지 못하고, 그 날 밤, 주무시던 채로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나, 또로록 눈물을 떨구었다.
다시, 시로 돌아가자. 오죽하면 광녀가 묵고 가는 폐가일까. 폐가는 말 그대로 집은 집이되 정상적인 집이 아니다. 모두들 떠난 농촌, 텅빈 들녘, 그 한쪽 구석에서 허물어져가는 빈집을 해바라기가 호올로 지키고 섰다. 그런데 그 해바라기마저도 집을 외면한 채 고개를 바깥으로 돌리고 있다. 인간이 버린 집을 식물이라고 돌볼 리 있으리. 게다가 누군가 돌보지 않아 흙발이 된 해바라기는 열까지 잔뜩 받았음에랴.
가끔씩 거렁뱅이며, 광녀들이 지나다 묵고 가는 폐가에서 도시인들의 황량해져가는 가슴을 연상한다면 비약일까. 그들의 마음이 도시에서 각박해진 것 만큼이나 그들의 고향은, 집은, 들녘은 황폐해졌다. 안타깝게도 고향을 떠난 그들의 가슴 속에는 자신들의 고향 마을의 아름다운 정경이 그대로 남아 있을진대, 하지만 어쩌랴. 돌보는 이 없는 폐가는, 해바라기마저 등을 돌렸다. 집은, 산촌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다만 고적할 뿐이다.
하지만 이때 한 쪽에서 나 여깃소, 하고 외치는 소리가 있다. 바로 자연이다. 인적이 끊긴 산촌에서, 자연이 되어 버린 산촌에서, 산감이 적요를 뚫고 익어간다. 산감이 홀로 익어가는,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이 고즈넉한 산촌에 저 멀리서 아득히, 그러나 뚜렷이,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고적하기 이를데없는 산촌에 울리는 개짖는 소리는 온 천지를 헤집으며 퍼지고 있다. 천둥처럼 산촌을 울리고 있다.
고향을 생각나게 해 주는, 회회적 기법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시로 생각된다. 혹시 시를 해석함에 있어 오버했다면 용서를 구하며, 아무튼, 좋은 시를 읽게 해 준 시인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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