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배詩 해설 및 평론

[스크랩] 김명배 시인의 시 [대불송(大佛頌)]

신서정시 2018. 5. 15. 23:56

대불송(大佛頌)

   ―각원사

김 명 배

 

눈을 감으시다.

차마 터지려는 웃음을 참고

침묵하고 계시다.

별이 진다.

풀벌레가 운다.

범종은 왜 소리 죽여

세상을 흐느끼는가.

대불은 다만 밝으시다.

오늘 밤,

하늘에 꽃등 하나 달고

춤 한 판 추시든지

웃음 한 바탕 내리시든지

무슨 일이 있으시다.

 

기대하지 말라, 여기까지다.

대불은 지금,

차마고도를 가고 계시다.

화두 하나 짊어지고 가고 계시다.

웃음이 울음이고 울음이 웃음이고

바람소리가 들린다.

 

이 작품은 천안에서 태어나 천안에 살고 있는 김명배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발그리기(2010)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이다. 김명배 시인은 박목월 시인 추천으로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이후 시집 청동색 물고기7권과 시선집 또 한 세상 살고 한 세상 또 살고』 『바람 나왔다 천둥 나와라시전집 金明培 시전집등이 있다.

시인은 천안의 태조산에 자리한 각원사에 들러 동양 최대의 청동대불 앞에 서 있다. 자비를 품은 표정을 보며 침묵 속에 번지는 번뇌를 생각한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거대한 자본주의적 틈바구니에서 조금만 주춤거려도 뒤편으로 밀려날 듯한 세상살이에서 범종이 왜 소리 죽여 흐느끼는지, 신명나는 일이 있어 춤 한 판 추고도 싶고, 기쁜 일이 있어 웃음도 한바탕 웃고 싶지만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대불은 지금 가장 높고 오래된 아름다운 길 차마고도에서 한결 깊어진 눈빛으로 수행의 걸음을 옮기고 있을까. 웃음과 울음이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이치를 길어올리고 있을까. 바람 잘 드는 오월의 푸른 하늘에 꽃등 하나 달고 마음을 맑게 하는, 번뇌를 소멸시키는 화두 하나 낚고 싶다.--이영옥


출처 : 이든북
글쓴이 : 이든북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