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김명배 시인의 시 [대불송(大佛頌)]
대불송(大佛頌)
―각원사
김 명 배
눈을 감으시다.
차마 터지려는 웃음을 참고
침묵하고 계시다.
별이 진다.
풀벌레가 운다.
범종은 왜 소리 죽여
세상을 흐느끼는가.
대불은 다만 밝으시다.
오늘 밤,
하늘에 꽃등 하나 달고
춤 한 판 추시든지
웃음 한 바탕 내리시든지
무슨 일이 있으시다.
기대하지 말라, 여기까지다.
대불은 지금,
차마고도를 가고 계시다.
화두 하나 짊어지고 가고 계시다.
웃음이 울음이고 울음이 웃음이고…
바람소리가 들린다.
이 작품은 천안에서 태어나 천안에 살고 있는 김명배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발그리기』(2010)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이다. 김명배 시인은 박목월 시인 추천으로〈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이후 시집 『청동색 물고기』 외 7권과 시선집 『또 한 세상 살고 한 세상 또 살고』 『바람 나왔다 천둥 나와라』 시전집 『金明培 시전집』등이 있다.
시인은 천안의 태조산에 자리한 각원사에 들러 동양 최대의 청동대불 앞에 서 있다. 자비를 품은 표정을 보며 침묵 속에 번지는 번뇌를 생각한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거대한 자본주의적 틈바구니에서 조금만 주춤거려도 뒤편으로 밀려날 듯한 세상살이에서 범종이 왜 소리 죽여 흐느끼는지, 신명나는 일이 있어 춤 한 판 추고도 싶고, 기쁜 일이 있어 웃음도 한바탕 웃고 싶지만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대불은 지금 가장 높고 오래된 아름다운 길 차마고도에서 한결 깊어진 눈빛으로 수행의 걸음을 옮기고 있을까. 웃음과 울음이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이치를 길어올리고 있을까. 바람 잘 드는 오월의 푸른 하늘에 꽃등 하나 달고 마음을 맑게 하는, 번뇌를 소멸시키는 화두 하나 낚고 싶다.--이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