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배시인의 영상시

[스크랩] 매미·2 / 김명배

신서정시 2018. 9. 25. 20:59

매미·2 / 김명배


한여름
아침부터 찾아와서
칭얼대다가
개개다가
잠잠하다가
여름은 가고.
그립다 말 한마디 못해 보고
늘 수줍게 비워둔 자리
거기 와서 어느날 유별나게 더
칭얼대다가
개개다가
잠잠하다가
옷 한 벌 걸어두고
완성하셨다.
고추잠자리
가을 들판을 보라 하셨네.
고개 숙인 황금들판
이것이구나 했네.
70이 넘어서부터 가을 들판엔
사라진 허수아비가 자꾸 보이네.
고개 숙인 황금들판에 서 있는
외다리 허수아비, 그 허망
혹시 저것 아니었을까,
가을 들판을 보라 하신 뜻,
가을 하늘은 늘
높고 푸르른데
고추잠자리도 헷갈리고 있네.
대평원 멀리서 보면 산이 있고
가까이 가서 보면 산이 없다.
멀리서 보면 니가 있고
가까이 가서 보면 니가 없다.
나는 있느냐.
나는 있느냐.



출처 : 시인나라
글쓴이 : 솔로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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