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배시인의 영상시
東方의 닭 / 김명배
신서정시
2019. 4. 3. 22:34
東方의 닭 / 김명배
어둠을 찢어 우는 여윈 모가지와 내 긴 목 빼어 소리소리 울면 덩달아 울어대는 골짜기와 山과 하늘과 마구 부서져 내려앉는 벌판과 쏟아지는 별. 어쩌자고 서른 번을 넘어 울다 내 나이 부끄러워 고개를 떨구면 땅, 살아 있는 땅.
太初에 열린 날, 차마 발시린 여울 고운 땅 딛고 나무열매 풀 뜯어 배채운 하나비 할미 살고 죽고, 날짐승 길짐승 어울려 감자톨 메뿌리 캐먹은 어미 아비 이여어이 이여어이 새끼 모아 東方에 門 드려 지켜온 여기, 넌출지는 상투, 검붉은 목줄에 굵은 핏대 할딱이면 그때의 約束처럼 부픈 젖무덤 아내를 닮아 수수랑 옥수수 아프도록 알배고, 모깃불 피우는 마당 한 모퉁이 멍석만한 사랑이 뜨거운데 다리밋불 건네어 시뉘 올캐 흰옷 다려 입고 두리두리 둘레먹는 날 춤 추어지는 이 동산.
언젠가 그때부터 끈덕진 어둠이 깔려 긴 歲月 禁줄을 동이고 눈망울 굴리던 항아리며 洞口앞 둥구나무.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밤의 中心을 맴도는 달과 별과 내가 끝끝내 남아서 어둠을 쫓고 싶은 깃발을 올리고 울대 세워 목뼈 흐느끼다 돌아버리지 못한 날, 풋병아리 목청 돋군다. 용마루 위에 붉은 볏 세우고 길길이 울면 일제히 목을 뽑는 이 저 마을. 이윽고 틔어올 가슴 둘레 마음 두울레. 밤 없는 太陽 앞에 千年 검은 숨이 한 마당 죽어갈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