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배의 시 읽기 3. / 김명배 [바람은 왜]
이 달의 시 한 편-김송배의 시 읽기 3.
바람은 왜 / 김 명 배
바람은 왜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까
날개가 있기 때문일까
사람보다 높은 곳에
마음 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보다 먼 곳에
마음 두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가 어디일까
누가 살고 있을까
바람은 왜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까
날개가 있기 때문일까
(『心象』 2012년 2월호)
김명배 시인의 시편들은 우선 짧아서 좋다. 비교적 간명(簡明)하면서도 깊은 사유(思惟)의 골짜기를 헤매게 하는 마력이 있다. 시는 이처럼 언어의 함축에서 차원높게 잠재한 진실의 이미지나 의미를 추출하는 멋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김명배 시인은 평소에 언어의 절약이라는 시의 본령(本領)을 항상 염두에 두고 창작하는 특징을 엿보게 한다. 이는 우리 시가 추구하려는 위의(威儀)를 가장 잘 나타내어 주는 표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의문형 종결어미를 전편에 도입함으로써 ‘왜’라는 의문을 적시하여 그것에 대한 ‘때문이다’라는 해법을 탐색하고 있다. 작품의 소재가 ‘바람’이다. 이 ‘바람’은 무형이지만, 그 흔들림으로 존재를 확인하게 하는데 바람이 나무 위에 집을 짓는 이유를 무척 궁금하게 여기고 있었으나 그 해답은 ‘사람보다 높은 곳’이나 ‘사람보다 먼 곳에 / 마음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적 해답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그는 오래전 발간한 시집에서 읽은 「산바람」이란 작품도 ‘깊은 산에 들어가 / 산바람 몰래 길어다가 / 뒤꼍에 두어 독 묻어 두었다가 / 생각날 때마다 / 한 대접씩 퍼마셔야겠네 //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 마지막엔 몸으로 때우는 거지.’라는 어조와 같이 바람에 대한 이미지의 투영을 자주 적용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는 그가 시적 구상이나 주제의 탐색에서 인생관이 사유의 중심축으로 지향하는 진실의 정립이 시법으로 현현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게 된다.
그는 계속해서 ‘마음 두고 있’다는 해법은 다시 ‘거기가 어디일까 / 누가 살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독자들은 ‘바람은 왜’라고 외치는 강도 높은 이 의문을 ‘날개가 있기 때문’이라는 해답에 접근하게 된다.
이 바람의 형태(또는 상태)는 능동적이고 격렬한 공기의 일종이지만, 우리 문학에서 취하는 상징이나 이미지는 대체로 인간의 생리적인 발산이나 창조적인 숨결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이 바람이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이유는 ‘날개가 있기 때문’에 높고 먼 곳을 향한 우리 인간의 갈등 요소를 융합하면서 새로운 기원의 창출을 예감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행에서까지 ‘날개가 있기 때문일까.’라고 끝까지 의문형으로 결론을 적시함으로써 그가 추구하거나 탐색하는 그 의문은 미지의 문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해법찾기는 바람의 행방이나 강약의 상태에 따라서 그 이미지와 상징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를 자주 대할 수 있는데 순풍(順風)과 폭풍(暴風)의 경우는 정반대의 상황을 접하면서 그 주제의 적시나 의미의 변화는 크게 작용할 수 있음을 유념하게 한다.
박목월 선생님도 작품 「소곡」에서 ‘불이 켜질 무렵 / 잠드는 바람 / 바람 같은 목마름 / 진실로 겨울의 해질 무렵 / 잠드는 바람 같은 적막한 명목’이라고 해서 잔잔한 바람(순풍)의 양태에서 길어올린 ‘목마름’과 ‘적막한 명목’이라는 진실을 들려주고 있다. 이러한 감상은 ‘해질 무렵’의 ‘잠드는 바람’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바로 갈증이 생명의 창조를 위한 여과(濾過)장치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김명배 시인이 구현하려는 ‘바람’은 순풍이 보여주는 안온한 형상을 통해서 인간의 기원의식이 이 세상을 유영하고 있는 것이다.(김송배 : 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심상] 3월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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