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우리 마을 / 김명배

우리 마을 / 김명배


허리 굽은 길과
느리고 게으른 시간이 졸고 있는
아주 작은 마을입니다
교회 아니면 암자 하나 있으면 좋고
산새가 찾아와서 놀고 가면 더 좋습니다
한 오백년쯤 된 앉은뱅이집 몇 채가
이마를 맞대고 졸고 있고
그 안에 그도 있고 나도 있고
그를 닮은 누구와 나를 닮은 누구
그리고 그 세월이 있으면 됩니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없는 듯 있는 평온
‘청기 올려 백기 내려’ 이런 놀이를 해도 좋습니다
허리 굽은 길과
느리고 게으른 시간이 졸고 있는
아주 작은 마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