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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배시인의 신서정시

[스크랩] 매미

 

매미 /김명배



매미소리 하늘을 길게 긋는다.
끝이 팍 불붙을 것 같다.
낮잠속의 한세상 타버리면, 어쩌나,
119, 119에 전화를 걸어야겠다.

 


매미․1

 


왜, 한 번
목놓아 울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숨어서 징징거리니.
왜, 날마다 징징거리니.


했더니

징징거리는 소리
들리지 않을 때가 더 이상하다.
잠시잠깐이지만,
조용한 세상이 너무 이상하다.

그것도 번뇌가 된다.

 


매미․ 2

 


한여름
아침부터 찾아와서
칭얼대다가
개개다가
잠잠하다가
여름은 가고.
그립다 말 한마디 못해 보고
늘 수줍게 비워둔 자리
거기 와서 어느날 유별나게 더
칭얼대다가
개개다가
잠잠하다가
옷 한 벌 걸어두고
완성하셨다.
고추잠자리
가을 들판을 보라 하셨네.
고개 숙인 황금들판
이것이구나 했네.
70이 넘어서부터 가을 들판엔
사라진 허수아비가 자꾸 보이네.
고개 숙인 황금들판에 서 있는
외다리 허수아비, 그 허망
혹시 저것 아니었을까,
가을 들판을 보라 하신 뜻,
가을 하늘은 늘
높고 푸르른데
고추잠자리도 헷갈리고 있네.
대평원
멀리서 보면 산이 있고
가까이 가서 보면 산이 없다.
멀리서 보면 니가 있고
가까이 가서 보면 니가 없다.
나는 있느냐.
나는 있느냐.

출처 : 시인나라
글쓴이 : 난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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