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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배詩 해설 및 평론

[스크랩] Re:[해설] 세상은 하나의 그리움 / 지현아

 

 [해설] 세상은 하나의 그리움 / 지현아


     『달팽이 외나무다리 건너기』는 73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시학』에 등단한 김명배 시인의 아홉 번째 신작 시집이다. 시업 42년의 팔순을 넘긴 중진 시인의 시편들은 다소 관조적일 것이라는 필자의 소박한 관념을 깨고, 시인의 시들은, “우짖고(「산새소리」)” “야속하(「소쩍새 울음소리」)”고, “눈물을 보(「장승」)”이며, “보고싶(「가을에는」)”어 했다.

     김명배 시인의 네 번째 시집『소리가 있는 풍경』에서 정한모 시인은 “간결하고 감정의 낭비가 없으며, 자연을 받아들이더라도 이것을 일단 자기의 지성과 감성의 체로 걸러내어 재구성해 표현”한다고 평했는데, 지금에 이르러 시인은, 감정의 낭비는 없으나 효과적으로 증폭시키고 있으며, 대상을 자기 것만이 아닌 보편의 것으로 이끄는 경계에까지 오른 것아 아닌가 생각된다.

     사천왕의 상이나 그림은 누구나 한번쯤 보았을 것이다. 사천왕은 고대 인도에서 숭상하던 귀신들의 왕으로 석가모니 탄생 후 불교에 귀의하여, 부처의 사방(동서남북)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었다고 알려진다. 그의 부릅뜬 눈은 나쁜 귀신은 물리치고 중생의 괴로움을 살피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천왕상은 경내로 들어가는 입구의 천왕문에 봉안되어 있다. 그 입구에서 화자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사천왕의 눈을 빌려 사방을 살핀다. “달밤도” “여우가 시집가는 날도” “태양을 까맣게 먹칠하고 절망하던 날도” “바람난 개가 돌아오지 않아 하얗게 새운 밤도” 기다림은 계속된다.

그런데 “눈을 감으면” 기다리던 사람이 “여기에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눈을 감으면 곁에 있는 사람은 누굴까. 시의 배경이 절이기도 하여 불가의 내세관으로 이해해 보았다. 아마도 화자가 기다리는 사람은 현세를 사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윤회하여 내세를 살고 있는 것이다. 다시 태어나도 곁에 있을 것임에 미혹함은 없으나, 그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가 없으니 더욱 “눈 부릅뜨고 여기서 너 보기를 기다린다.”

     “세상은 하나의 그리움이고 우리는 하룻밤 자고 가는 바람(「바람」)”이라는 구절처럼, 그리움 안에 잠시 부는 바람같이 책장을 넘겨 본다.

     ― 『문학과창작』(2015. 여름호)

출처 : 시인나라
글쓴이 : 솔로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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