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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배시인의 신서정시

[스크랩] 겨울바람/ 김명배

겨울바람

 

                  김명배

 

 

신은 어디서 내 발을 거시려나.

눈만 뜨면 역마살 주체 못하고

세상 구석구석 휘젓고 다니는 저 천박한 바람,

때로는 집회 뒤의 광장에서 교회당에서

길을 잃고 해매는 저 씁쓸한 바람,

엉덩이에 바위 하나 달아놓고 떠나고 싶지만

밤마다 어김없이 내 꿈속에 나타나

죽도록 나를 희롱하는 저 야수 같은 바람,

무엇이 나를 꼼짝도 못하고

꼬리 긴 순한 짐승이 되게 하는지

바람이었네, 바람이었는데

왜, 나는 그에게 아픔이어야만 하는가.

그림자의 무게는 이제 그만 내려놓고

꿈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그는 전혀 마음이 없고 마음이 없어서

날마다 세상 구석구석 휘젓고 다니며

가을바람 행세를 하고 있네.

그래서 나는 아직 문 앞에 서서 흔들리고

흔들리지 말자 하면서 흔들리고 있네.

거절하지 않기 그러나 사랑하기 없기

바람처럼 그냥 지나가버리기.

신은 어디서 내 손을 잡으시려나.

 

 

출처 : 시인나라
글쓴이 : 솔로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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