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
김명배
신은 어디서 내 발을 거시려나.
눈만 뜨면 역마살 주체 못하고
세상 구석구석 휘젓고 다니는 저 천박한 바람,
때로는 집회 뒤의 광장에서 교회당에서
길을 잃고 해매는 저 씁쓸한 바람,
엉덩이에 바위 하나 달아놓고 떠나고 싶지만
밤마다 어김없이 내 꿈속에 나타나
죽도록 나를 희롱하는 저 야수 같은 바람,
무엇이 나를 꼼짝도 못하고
꼬리 긴 순한 짐승이 되게 하는지
바람이었네, 바람이었는데
왜, 나는 그에게 아픔이어야만 하는가.
그림자의 무게는 이제 그만 내려놓고
꿈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그는 전혀 마음이 없고 마음이 없어서
날마다 세상 구석구석 휘젓고 다니며
가을바람 행세를 하고 있네.
그래서 나는 아직 문 앞에 서서 흔들리고
흔들리지 말자 하면서 흔들리고 있네.
거절하지 않기 그러나 사랑하기 없기
바람처럼 그냥 지나가버리기.
신은 어디서 내 손을 잡으시려나.
출처 : 시인나라
글쓴이 : 솔로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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