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말리기 /김명배
우산을 말린다.
우산 속에서 벌레소리가 난다.
비오는 날은 며칠이나 남았을까.
우산은 비오는 날이 우산이다.
오늘은 후줄그레한
우산과 나를 응달에 펴놓고
바람을 쏘인다.
간도 쓸개도 이제는
음건해 두었다가 이 다음에
내 책상 위에 놓았으면 싶다.
뭐, 급할 건 없지만
접어서 제 위치에 두기 위하여
우산과 삭신을 응달에 펴 놓고
바람을 쏘인다.
몸뚱어리 속에서 벌레소리가 난다.
출처 : 시인나라
글쓴이 : 난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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