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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배문학상/김명배문학상수상작품 제2,3회

제2회 대상 수상작 / 우진용

오래된 해후 우진용

 

반신욕을 한다구겨진 몸이 욕조 바닥에 닿는다나를 수장한다한 생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자 아내는 수챗구멍에 나를 쏟아버렸다파이프를 닮은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새벽의 정수장은 여섯 시에 출근을 준비한다용돈을 탈탈 털어 만오천원짜리 세신을 한다돈을 받고 뱃사공 카론을 닮은 눈이 깊은 세신사는 강으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강물은 질질 제 머리채를 끌고 바다로 간다산호와 수초를 키우던 햇빛도 포기한 수심이 수심()만큼 깊어진다심해어가 촉수를 켰다가 조용히 끈다바다라 부르면 받아쓰기 공책은 '받아'라고 적었다한생을 산다는 건 받아먹는 것이다평생 27톤을 먹고 만 병쯤 술을 비운 살과 피도 백년쯤 해로하면 다시 합방을 꿈꿀까뼈의 오만은 또 백년을 삭혀야 할 것이다쏟아낸 독설은 얼마나 지나야 독을 풀어낼 것인가바다와 몸이 투명하게 다시 만날 때까지 캄캄한 우주공간을 지구는 9억 4천만km 공전거리를 초속 30km의 속도로 몇 만 번을 달려야 한다바다는 또 몇억 번 제몸을 뒤집어 주어야 한다보름이 오고 사리때가 되자 바닷길이 열렸다석양에 눈 붉히는 바다오래전 그 무창포그때기억을 더듬듯 물살 하나 슬그머니 발목을 감고 간다오줌을 누고난듯 몸이 부르르 진저리를 쳤다잠깐의나와의오래된 해후파도 하나 제 배를 뒤집고 물속으로 사라졌다.

 

오늘밤도 나는 욕조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