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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배문학상/김명배문학상수상작품 제2,3회

제3회 의제헌 김명배문학상 수상자 발표

제3회 의제헌 김명배문학상 수상자 발표

●대 상: 김선아 시인 / 가시를 발라내다 외 2편
●작품상: 유종인 시인 / 산 먹이 외 2편
●특별상: 평론가 최정숙교수(운영위원회에서 결정)

위와 같이 의제헌 김명배문학상 심사위원회에서 선정한, 제2회 의제헌 김명배문학상 수상자를 의제헌 김명배문학상 운영위원회에서 공개 발표합니다.

●경과보고●
제3회 의제헌 김명배문학상을 위하여
운영위원회는 제2회 시상식을 마치고 곧바로 제3회 운영 준비에 들어갔으며
3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공모 기간으로 정하고 2월부터 홍보를 시작하였다.
많은 시인들에게 응모의 기회를 주고, 더 좋은 작품을 선정하려는 의도에서
응모 자격을 등단 20년 이상 혹은 10년 이상하는 규정을 등단 5년 이상으로 변경하고, 보통 시집을 출판한 지 2년 이내인 규정을 3년 이내로 대폭 변경하여 젊고 유능한 문인들이 응모할 기회를 주기로 하였다.
또한 시집을 미처 출판하지 못했지만 문학지 등에 왕성하게 작품을 발표하여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이 있다면 1년 동안 5편 이상 발표한 시를 응모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만일 응모된 작품이 기대치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운영위원들이 응모자격에 결격이 없는 시인들의 좋은 시집을 찾아 추천하도록 최대한 개방을 하였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을 통해 적극 홍보하기로 하여 홈페이지, 문학 카페, 문학 밴드 등 곳곳에 홍보를 시도한 결과, 예전에 비해 많은 응모가 있었으며, 전반적으로 작품 수준 역시 예전보다 높았다. 응모자들 가운데 여러명의 시인이 이미 신춘문예 과정을 통과한 분들이 있었고, 타문학상을 이미 수상한 분들도 여러명 있었다.
그만큼 의제헌 김명배문학상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이는 응모로 이어졌다.

운영위원회는 7월말 응모 접수를 마감하고 곧 예심을 시행하기로 하고 예심은 제2회 때 대상을 받은 우진용 시인과 작품상을 받은 이재봉 시인이 맡아 수고하기로 하고 날자와 장소를 정하고 천안에서 모여 예심을 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요즘 시기가 시기인 만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 일로에 놓였고 당시 기습적으로 내린 폭우로 인해 강둑이 무너지거나 홍수로 많은 곳이 침수되는 일이 벌어졌으며 천안아산 지역에도 장마피해가 심하게 나타나 심사위원 중 한 분이 모임에 난색을 표하였다. 이에 운영위원회에서는 긴급히 의견을 모아 앞으로 심사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부득불 1차와 2차 예심으로 나누어 심사를 진행하여야 했다. 1차는 응모된 모든 작품을 최대한 살펴서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는 기준을 정해놓고 기준에 이르는 작품을 모두 고르는데 중점을 두어 작품 선정에 들어 갔다.
1차 예심 결과는 시인 9명의 시, 총 47편과 평론가 1명의 평론 1점이 선정되어 2차 예심위원에게 넘겨졌다.
2차 예심위원 두 분이 고심한 결과 선정한 작품은 4명의 시인별 3편씩 선정하여 총 12편을 선정하였다.
이에 비대면 선정의 특수성 때문에 예심위원들이 선정한 기준을 살피기 위해 각각의 심사위원이 선정한 작품에 대한 심사평을 쓸 것을 요구하였고 두 분의 심사위원은 선정이 된 12편의 시 외에도 본인이 선정하려던 다른 작품까지 포함하여 여러 편의 시에 대한 심사평을 간략하게 기록하여 운영위원회에 보내왔다.
이에 운영위원회는 예심위원들이 예심 과정에서 썼던 심사평의 일부를 수상작품에 한하여 공개하기로 한다.

운영위원회는 최종심에 올라갈 4명의 시 12편을 최종심 심사위원들에게 전달하기 전에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시인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단지 작품만 보고 심사하도록 브라인드 심사를 택하기로 하였다. 브라인드 심사의 장점을 살려 시인의 프로필이나 인맥에 치우쳐 선정하지 않고 오직 작품만 살펴보고 작품으로만 평가하여 수준 높은 작품을 선정하겠다는 운영위원회의 결정으로 최종심 심사위원들은 주어진 작품 외에는 깜깜이 상태에서 심사를 해야 했다.
순서는 무작위로 하되, A시인, B시인, C시인, D시인으로 표기하여, 시집에서 선정된 작품을 촬영하고 촬영된 사진을 텍스트로 전환하여 교정을 본 뒤, 최종심 심사위원 두 분에게 작품을 전달하였으며 두 분의 결정을 따라 대상과 작품상을 선정하기로 하였다.
최종심을 하려는 때에는 전국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욱 확산 일로에 있어 대면하여 심사하는데 많은 부담을 갖게 되었고 운영위원회와 고 김명배시인의 유족측에서도 비대면 심사를 희망하였다.
비대면 심사의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하는 두 분의 심사위원께서 수고해 주셨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백겸시인께서는 4명의 12편 작품마다 a등급, b등급, c등급으로 표시하여 a등급은 1편 대상후보로 표시하였고, b등급은 작품상 후보로 3편을 표시하였으며 c등급은 수상 외 작품으로 표기하여 보내왔다.
최세균시인은 대상 후보작품 한 편을 직접 지목하였고, 또한 작품상 후보도 한 편을 선정하여 지목하였다.
이에 운영위원회에서 취합한 결과는 A시인의 "가시를 발라내다"가 두 분 심사위원께서 일치하게 대상으로 지목하여 선정하였기에 쉽게 대상으로 결정하였으며, B시인의 두 작품을 각각 한 편씩 작품상 후보로 선정하여 지목하였기에 작품상 수상자로 결정하되 어느 한 작품을 작품상으로 결정하는 것 보다 3편 모두 작품상으로 결정하는 것이 전반적인 작품의 수준도 가늠할 수 있겠기에, 김선아 시인의 "가시를 발라내다" 외2편을 대상으로 하고, 유종인 시인의 "산 먹이" 외2편을 작품상으로 최종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두 분 수상자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예심위원들이 간략하게 썼던 심사평과 최종심 심사위원장 김백겸 시인이 쓴 심사과정을 함께 발표한다.

제3회 의제헌 김명배문학상 운영위원회에서는 규정에 없는 특별상을 심사위원회와는 상관없이 시상하기로 하였다. 고 김명배시인의 시를 연구하고 새로운 각도에서 그 업적을 새롭게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많은 평론가 혹은 능력 있는 시인들이 김명배시의 평가 작업에 나서 주기를 바란다. 최정숙 교수(호서대)는 문학평론가로서 "김명배시의 민속적 원형성"이라는 제목으로 그동안 평가 받지 않았던 민속적 입장에서 평가하려고 노력하였다는 점에서 심사위원회의 수상작 선별 여부와 별개로 권장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특별상을 시상하기로 하였다.

●2차 예심 심사위원들의 심사평●
평가(評價)란 값어치를 따지는 일. 사실 이는 말도 안되는 짓이다. 시작품에 잣대를 들이대어 선(選)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시는 한 사람의 정신과 삶이 올올이 박혀있는 정신체가 아닌가. 어쩔 것인가. 주어진 벌을 감당할밖에...
문학상의 기준은 없겠지만 아무래도 시인의 삶과 철학이 내재된 것에 눈이 간다. 일상을 소재로 한 시는 가볍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묵직하게 실존을 묻는 시에 아무래도 경도될 수밖에 없다. 물론 나의 생각이다. -예심위원 우진용

●대상 김선아 시인의 시에 대한 예심평:~

<가시를 발라내다>에서 시인의 고독과 절망을 본다. ‘철조망 위를 기어가는 자벌레의 배면’같이 기어가도 ‘한사코 묵언을 고집하는 당신의 첨탑’. 당신은 누구인가. 아마 시인이 평생을 천착해야할 대상이리라. -예심위원 우진용

<겨울 강> 시인은 삶의 급물살에서 빠져나와 납작 엎드린 겨울 강을, 그리고 어서 일어나라고 잡아끄는 북풍을 끝내 거절하는 겨울 강의 시린 어깨를 본다. 거두절미란 부차적인 설명은 빼고 요점만 말하는 것을 뜻한다. 시인은 모든 부차적인 것들을 걷어내고 가장 깨끗한 고독을 찾으러 겨울 강에 온 것이다. -예심위원 이재봉
<김선아>의 시는 겨울 서릿발처럼 차가우면서도 한이 느껴진다. <겨울 강>의 거두절미의 단호함이 매섭다. 모든 것을 거절하는 겨울 강의 자세에서 삶에 대한 의지를, 그러면서 눈물 마를 때까지 바라보는 따스함을 본다. -예심위원 우진용

<까맣다> 까망은 적막의 빛깔이고. 눈물의 빛깔이고. 슬픔의 빛깔이며. 고독의 빛깔이고. 죽음의 빛깔이다. 시인의 내밀한 고백이 정갈하고 담백하게 묻어있다. -예심위원 이재봉

●작품상 유종인 시인의 시에 대한 예심평:~

<산 먹이> 서경적 구조는 묘사의 대상으로 주변의 익숙한 것들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시의 화자는 장소를 따라 이동하며 독자들에게 시적 배경과 공간의 변화를 경험케 한다. 이미지에 의해 독자들은 시적 세계를 구체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다. 시란 실재(reality)를 슬라이스(slice)화 한 것이다. -예심위원 이재봉

<가시엉겅퀴 뿌리를 생각함>은 풀뿌리에 하나에 내재된 삶의 이면을 묵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핵심이미지인 가시의 중층적인 의미가 삶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예심위원 우진용

<숲의 기적> 숲에서 시인은 사소한 것들과 마주하면서 잊은 줄 알았지만 때때로 엄습하는 기억들과 조우한다. 그러면서 드러나는 풍경의 이면은 시인의 내면과 일치한다. 망각 때문에 울창해진 숲을 보면서 우직한 사랑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런 반복을 거치면서 숲은 안식의 공간이 아니라 기억을 되새기는 공간으로 탈바꿈된다. -예심위원 이재봉

의제헌김명배문학상 심사경위(본심)●

□문학상은 문학인들이 서로의 동병상린을 확인하는 자리□

운영위원회로부터 일차 심사를 거쳐 최종심사에 올라온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A시인: 겨울강, 가시를 발라내다, 까많다
B시인: 산먹이, 가시엉겅퀴 뿌리를 생각함, 숲의 기적
C시인: (수상작 외 비공개) D시인: (수상작 외 비공개)

필자는 시인의 배경지식이 없이 작품만으로 블라인드 심사를 진행해달라는 운영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정독해서 읽어보았다. 시는 심사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물건이라서 필자는 작품마다 생각한 점수를 매겨 이메일로 보냈는데 같이 심사를 본 최세균 시인의 심사결과를 취합해서 운영위원회에서 알려온 결과는 다음과 같다. 가장 높은 점수는 A 시인의 ‘가시를 발라내다’ 였고 그 다음에는 B 시인의 ‘산먹이’여서 A 시인의 ‘가시를 발라내다’외 2편을 대상으로 B 시인의 ‘산먹이’외 2편을 작품상으로 정하고 수상시인들에게 통보하겠다고 알려왔다.
최종결과가 정해진 후 운영위원회에서 뚜겅을 연 자료에는 A 시인은 김선아 시인이었고 시집 「얼룩이라는 무늬」에서 작품 후보 3편을 선정했고 B시인은 유종인 시인이었는데 시집 「숲 시집」에서 후보 작품 3편을 선정했음을 알게 되었다.
필자가 이런 저런 문학상 심사에 참가해본 경험으로는 심사에는 우연이 작용한다. 1차에서의 심사추천이 다른 작품이었다면 다른 결과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 수상자들에게 축하한다. 문학상이라는 것은 문학인들이 만나 서로의 동병상린과 인연을 확인하는 자리이다. 아직도 작품을 읽어주는 동료들이 있고 그 작품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자리이니까.

심사위원: 김백겸(시인, 대표집필), 최세균(시인)

위와 같이 제3회 의제헌 김명배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의제헌 김명배문학상 운영위원회 운영위원장 양수창 시인-


●수상작품●

대상 김선아 시인의 작품 3편

가시를 발라내다


선인장에 주저앉듯 당신의 문전에 주저앉은 적 있었어, 내 몸속 뼈대 가운데 가장 혹독한 가시는 당신의 묵묵부답. 폭염의 한철, 물 한 방울 들이킬 수 없었을 선인장이 빼어든 응답은 하필, 가시. 찔레꽃 철조망 위를 기어가는 자벌레의 배면같이, 사막의 슬하에 엎드러 한사코 묵언을 고집하는 당신의 첨탑 끝을 올려다보았어. 족집게는 그래, 눈물이었어. 꽃차례의 입김도 무용지물, 눈물이 사막 깊숙이 스며들기를 기다려 눈시울에 박혀있던 가시 발라내면, 또르르 맑은 생수 한 컵쯤 받아낼 것 같은 어느, 멀리서 쓰름매미 또 한 번 자지러지는 처서 무렵이었어.


겨울 강


거두절미의 자세가 저것일까. 세상사 밑바닥 혼자 견디는 겨울 강을, 광꽝 얼어 혹독한 빙판에 이마도장 무릎도장 새겨 넣듯 오직 한 가지 자세로 드문드문 놓아준 억새방석마저 밀쳐놓고, 천만 개의 손으로 잔등을 덮어주려 다가서는 함박눈마저 거절하고, 삶의 급물살에서 빠져나와 숨소리도 납작 엎드린 겨울 강을, 어서 몸 일으키라고 잡아끄는 북풍의 가슴깃도 끝끝내 털어내는 저 겨울 강의 시린 어깨를, 본다. 따순 물한 숟갈 떠 넣어주려 무릎 세우다 어둠 속에 주저앉는 저녁노을의 눈꼬리도 가만가만, 눈물 마를 때까지 본다.


까맣다


꽃 진 자리를 문질러 본다. 적막의 뒷모습이 주르륵 밀린다.

뜨거운 호흡 지나간 혈관마다 눈물이 가라앉아 까맣다.

버림받은 자가 가엾으니까, 떠나간 자가 남겨 놓은 체온이 저러할 듯 싶다.

손톱 밑에 못 박힐 때 피어나던 빛깔 같은

꽃잎 하나,

적막의 뒷모습에 말라붙어 있다.

마저 문질러 본다.


작품상 유종인 시인의 작품 3편

산 먹이


알바 문제로 아내와 딸의 언성이 높아지자 아내가 뜨던 밥을 개수대에 쓸어 버리고
방으로 들어가니 딸마저 몇 술 먹던 밥을 덩달아 개수대에 버리고 제 방으로 들어갔다
아내와 딸애의 밥이 개수대에서 만나는 뜨악한 일요일 아침이다

한낮이 되고 나는 개수대에 버려진 모녀의 밥을 비닐에 담아 집을 나섰다
터질까 봐 흰 비닐의 밥을 검은 비닐로 한 번 더 싸서 산자락에 갔다
질퍽해진 산길을 벗어나 가방의 비닐을 풀어 놓는다
늦겨울 햇살이 비치는 산그늘에 마파두부 덮밥을 내려 놓는다
이 산의 누군지는 몰라도
내 딸과 아내가 다투고 남은 문제로 누군지 모르는 너희가
마파두부 덮밥을 먹게 되니 축하한다

마음이 상해 입맛이 놓아 버린 그 붉은 마파두부 덮밥으로
산중에 뱃구레가 홀쭉해진 너희가 다시
침샘이 돌고 입맛이 돌아오니 축하한다
축하한다 나는 잠시 입맛이 떨어진 식구들 때문에
이 궁색한 산 먹이를 너희에게 돌리니
미안하지만 축하한다


가시엉겅퀴 뿌리를 생각함


발이 차구나,
이 한겨울에
그 한여름에 도서관 뒤편 산자락에서 뽑다 놓친 가시엉겅퀴 뿌리를 생각한다
손에는 몇 개의 가시
살짝 박혔다 계곡물에 씻겨 내려갔지만
여름내 가시 몽둥이 같은 보랏빛 꽃대를 밀어 올린 엉겅퀴 뿌리는
이 겨울에 눈밭 땅속 살림을 어떻게 견디는지 생각한다
한해살이 두해살이를 넘어
만년 죽음 곁에 우뚝할 청춘을 여투고 쟁이는지 생각한다

사랑이 오면 그것이 꽃만 말고
가시도 내고 시퍼런 가시 잎도 내어
나를 찌르고 할퀴며 달려들어 뒹구는 짐승처럼
아직 달달하고 뜨거운 사랑의 피가 몇 종지나 남았느냐고 되묻는 통에
손등과 팔에 흘리며 흘리다 만 피를 입술로 닦아 마시는 날을
가시엉겅퀴 뿌리는 무척이나 훔치고 싶어 언 땅속에서도 갑갑증이 이는가 생각한다
마음을 궁굴리니 줄기며 가지 그보다 먼저 솟는 가시를 이 봄에도 제일 먼저 낼 것인지 생각한다


숲의 기적


다람쥐나 청설모가
입안 가득한 상수리 열매를 어쩌지 못해
도린곁 어웅한 데다
그걸 파묻어 버리곤 더러 잊는다고 한다
나 같으면 나무 십자가라도 세워 놓았을 그곳을
까맣게 잊어버린 탓에
먼 훗날 푸른 어깨를 겯고 숲이 나온다 한다

기억보다 먼저
망각이 품고 나온 숲,
그 망각 때문에 울울창창해진 숲
용서보다 웅숭깊은 망각,
어딘가 잊어 둔 파란 눈의 감정도
여러 대륙에 걸쳐 사는 당신도
어쩌면 망각을 옹립한 탓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