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 이재봉
정신병동 301호실, 김씨가 침대 위에 쪼그리고 앉아 타월을 쌓고 있다 김씨는 세상 모든 것을 쌓는다 벗어던진 환자복도 쌓고, 마시고 난 우유팩도 쌓고, 간호사가 지나갈 때마다 풍기는 소독내도 쌓고, 옆 환자가 중얼거리는 흘러간 노래도 쌓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도 쌓는다
6인실 공간에서 모든 것을 쌓으며 늙어가는 김씨 남은 것이라곤 오직 뇌를 다치던 날 오후까지 아파트 공사장에서 벽돌을 쌓던 기억 뿐 김씨 옆에 나란히 앉아 눈길을 건네자 울컥거리며 다시 벽돌을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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