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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배문학상/김명배문학상 수상자 시 제1,2회

고백 2018 / 이병석

고백 2018 / 이병석


저는 사기전과가 있습니다.
30년이 넘은 일입니다.
내게 시집오면 안방마님으로 깍듯이 모시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못 지키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집사람이
사기죄가 형법 몇 조 몇 항인지 잘 몰라
기소를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불안하기도 합니다.
혹여 누가 집사람에게 바람을 넣어
변호사를 붙여 기소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집사람 눈치 보는 일이 주 업무입니다.
눈치가 이상하면 설거지부터 자청합니다.
집안 청소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사람 눈치 보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집사람이 나타나면 몸부터 경직됩니다.
사기치고 살 일이 아닙니다. 다시 태어나면
다시는 사기 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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