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권 / 김명배
천안역에서 만난 친구 아무개가 내게 전철을 타지 왜 새마을 타고 서울행을 하느냐고 은근히 면박을 주기에 그 말도 맞다 싶어서 전철을 타기로 했다. 무임권을 만지작거리면서 내내 그 친구나 나나 이제 짐짝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머물러 버렸다.두 시간여 멀미나게 앉아 왔다. 무임권이라는 고딕활자가 두어 군데 횡렬로 서 있고 그 왼쪽 상단에 우대 1이라는 스탬프가 찍힌 고맙기는 해도 어딘지 찜찜하기는 찜찜한 그 친구 아무개 같은 차표, 그것이 내 몸무게보다 훨씬무겁게 내 어깨를 짓눌렀다. 그럼 돈 내고 새마을 타 하는 그 친구의 볼멘소리가 등 뒤에서 들리는 것 같아서 뒤돌아보며 출구를 찾아 급히 나왔다.
오늘 그 친구의 부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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