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놈 왔다 가는 날 /김명배
동구 앞 장승이 웃고 있네.
딸년 시집가던 날 웃고 있더니
자식놈 기일에도 웃고 있네.
우스워서 석기시대의 웃음
아무 때나 웃는 게 아니라
세상이 그를 그렇게 만들어 놓아서
웃고 있네. 미쳤다.
미쳐서 이승의 문턱에 서서
한평생 웃기만 하는 것보다
웃다가 울다가 하는 것이 어떨까
너무 익숙한 웃음,
뵌 적도 없는 우리 할아버지 웃음
같기도 하고,
이 세상에 온 적도 없는 우리 손자
웃음 같기도 한 그런 웃음
장승이 웃고 있네.
죽은 나무도 잘 깎아 심으면
소리내어 웃을 줄 아는 법인데, 돌았다,
돌아서 자식놈 기일 날, 동구 앞에 와서
한바탕 크게 웃고 가는 누가
있을지도 모른다.
잘 찾아보면 거기 어디 웃다가 빠진
원시인의 앞니 하나
춤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출처 : 시인나라
글쓴이 : 난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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