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곡집(小曲集)· 1 / 김명배
불을 끄랴,
할미는 이 세상
슬픔만한 크기로
어둠을 오리고 또 오려서
머리맡에 접어 두고
기침을 한다.
구운 돌이 ,
구운 돌을 깨뜨리는 쓰라림이
어미의 앉은잠 속에 떨어져
아이 떨어지겠다, 불을 끄랴.
동네쥐 한 패거리
가난을 쪼아 먹다가
옆집으로 몰려가고,
잘 익은 잠 하나
겨울 수수밭에 서서
아비를 기다린다.
불을 끄랴.
소곡집(小曲集)· 2 / 김명배
밤마다 흰 볏
학 한 마리
뒤꼍에 내려와
학춤을 춘다.
물 한 사발 떠놓고
큰절 한 번 올리고
니 어미한텐 말 못하고
니 아비한텐 말 못하고
뒤꼍 신주한테 나 말한다.
물 한 사발 떠놓고
큰절 한 번 올리고.
출처 : 시인나라
글쓴이 : 솔로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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