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배시인의 신서정시 썸네일형 리스트형 '立'자 풀이 / 김명배 '立'자 풀이 / 김명배 - 心爲法本 팽이는 돌아야만 중심이 생긴다. 중심이 생기면 똑바로 선다. 도는 것도 똑바로 서는 것도 다 니 마음이다. 세상은 언제나 슬픈 눈을 하고, 너를 유혹하고 있지만 눈은 눈일 뿐 보는 것도 눈이 아니라 마음이다. 중심을 잃지 말라. 너를 넘어뜨리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오만하고 나태한 너 자신이다. 채찍질을 하라. 그리고 돌아라. 마음도 자전 다음에 공전이다. 팽이는 돌아야만 중심을 만든다. 중심이 있으면 똑바로 선다. 훈장님은 내게 설 '입'자 풀이를 이렇게 하셨을까. 천자문 헌책 껍데기에 달라붙은 코딱지처럼 잡아떼고 싶지는 않다. 더보기 붕어에게 고하노니 / 김명배 붕어에게 고하노니 / 김명배 너를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수많은 붕어 중에 하필이면 너 배를 따고 칼집을 넣고 붕어찜을 만들어 맛있게 먹었지만, 수궁의 후원을 거닐 때나 식탁 위의 접시에 누워 있을 때나 너는 도수 높은 안경을 쓰고 있었구나. 설령 니가 이빨을 드러내고 나를 노려 본다 해도 니 눈은 근시 안경 속의 혼돈 그것, 이제 너는 내 뱃속에 들어와 있으니 내 눈으로 하늘을 보게 되겠지만, 미안하다. 나는 아직 너를 만나면 니가 먹고 싶다. 그러니 너를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창세기의 별똥별이 수궁에 떨어져 니 머리를 명중시키는 확률보다 너와 나의 만남은 인연이다. 천만번 니가 내 앞에 다시 나타나도 사랑한다. 나는 니가 먹고 싶다. 더보기 백기행(白旗行) / 김명배 백기행(白旗行) / 김명배 울어질까. 한 고개 넘어서 뒤돌아 보고 두 고개 넘어서 뒤돌아 보고. 앞에는 白旗를 들고 넘어야 할 山과 山 뿐인데, 날마다 빛나는 太陽의 자물쇠는 내 뒤를 잠그고, 길바닥에 떨구고 온 얼굴, 잃어버린 얼굴. 울어질까. 열 고개 넘어서 뒤돌아 보고 스무 고개 넘어서 뒤돌아 보고. 얼굴 없이도 울어질까. 함박눈처럼 펑 펑 울어질까, 비린내 나는 울음이 울어질까. [출처] 김명배 시(詩)/백기행(白旗行)|작성자 첫발자욱 더보기 이별가 / 김명배 이별가 / 김명배 1 지팡이를 짚은 시간이 절룩거리며 간다 내 머리 속에 한 덩이 진한 어둠이 새 뿌리를 내린다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라면 나는 무엇인가 머리 깎고 서 있는 너는 무엇인가, 2 문을 잠그고 벽시계를 멈춰 놓고 진한 흑백의 나를 정리하다가 삽질, 삽질소리를 들으면서 두 발 뻗고 오래오래 잠들다 [출처] 이별가 /김명배|작성자 장다리꽃 더보기 나무는 산으로 가고 / 김명배 나무는 산으로 가고 / 김명배 꽃은 산으로 가고 벌 나비도 산으로 가고 산이 되는 일 어디 쉬운 일인가 가슴 조이지 말자 오월 아니면 내일은 산이 되겠지 나무는 산으로 가고 새들도 산으로 가고 산에 올라가 위를 보랴 산속의 실을 보고 말을 잃는다 언제 산이 산이 될까 오늘은 산이 될까 산이 되는 일 어디 쉬운 일인가 스님은 산으로 가고 노을도 산으로 가고 [출처] 나무는 산으로 가고/김명배|작성자 권복례시인 더보기 책을 읽고 있는 아내 / 김명배(육필) 책을 읽고 있는 아내 / 김명배 아내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고독을 본다. 반백이다. 나 혼자 있을 때는 내 옆자리에 와 앉고, 아내와 둘이 있을 때는 둘 사이에 끼어 앉는 작은 공허. 오늘은 꼼짝도 않고 아내 곁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무표정이다. 고독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아내, 그는 오늘 하루 인간과 무관하다. 더보기 무임권 / 김명배 무임권 / 김명배천안역에서 만난 친구 아무개가 내게 전철을 타지 왜 새마을 타고 서울행을 하느냐고 은근히 면박을 주기에 그 말도 맞다 싶어서 전철을 타기로 했다. 무임권을 만지작거리면서 내내 그 친구나 나나 이제 짐짝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머물러 버렸다.두 시간여 멀미나게 .. 더보기 낭만적·1 / 김명배 낭만적·1 / 김명배개똥이와 별똥이는 낭만적이다그런데 그게 무어니나는 지금도 엉덩이에 광채를 달고어둠속을 날아다니는 꿈을 꾼다때로는 꽁무니에 빛나는 긴 꼬리를 달고세상 밖으로 추락하는 꿈을 꾼다개똥이와 별똥이는 야행성이다그런데 그게 무어니어쩌다가 잊어버리고 마는 .. 더보기 이전 1 2 3 4 5 ··· 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