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배시인의 영상시 썸네일형 리스트형 [스크랩] 春蘭 / 김명배 春蘭 / 김명배 아내가 蘭 몇 뿌리를 시장바구니에 담아 가지고 왔다. 분에 심어서 蘭 서열 끝에 두고 보았다. 겨울에 시집와 반은 죽고, 반은 살아서 그 서열을 지키고 있다. 언제나 맨 끝을 지키는 아내의 서열, 반백이 된 아내의 마음같아 측은한 눈으로 날마다 한 번 더 보게 된다. 더보기 [스크랩] 대장간 / 김명배 대장간 / 김명배 1 매맞은 者가 웃는다. 멍든 눈을 빤짝거리며 난전 거리에서 웃는다. 때린 者의 뜻대로 칼이 되고, 낫이 되고, 칼 같은 눈을 하고 웃는다. 낫 같은 눈을 하고 웃는다. 얼굴은 없어지고 소리만 남는다. 2 때린 者가 웃는다. 손가락질하면서 웃는다. 대장간에는 낫이 없다, 칼.. 더보기 [스크랩] 풀과 풀 사이에 / 김명배 풀과 풀 사이에 / 김명배 풀과 풀 사이에 어디서 씨앗 하나 날아와서 자리를 잡았다. 풀은 그냥 제 씨를 떨구고 눈을 감았다. 이듬해 풀과 풀 사이에 이상한 生命 하나 자라나더니 그 그 이듬해 크고 둥근 그의 그늘을 만들었다. 풀은 모두 그 그늘 밖으로 쫓겨나고 아무 불평없이 쫓겨나고.. 더보기 [스크랩] 靑瓷記 / 김명배 靑瓷記 / 김명배 하늘이다. 딸을 팔아 소를 사온 아비와 아비를 그냥 보고만 있던 두 눈 청청한 하늘이다. 이제야 알 것도 같은 아비와 아비의 앙가슴에 박혔던 돌, 아비와 아비가 왔다가 간 길에서 주운 돌을 한 반백년쯤 품어서 껍데기를 벗기면 팔려간 딸년처럼 청청한 눈을 가진 별이 .. 더보기 [스크랩] 외딴집 서정 / 김명배 외딴집 서정 / 김명배 굴뚝새가 놀다 가는 외딴집 텅 비어 있다. 토담 벽에 매달린 마늘 한 접 절구와 절구공이 그리고 아주 오래된 정물 하나 낮잠 속에 묻혀 있다. 아무도 없는 게 아니다. 어쩌다 가끔 아주 가끔씩 꼼지락거리는 은백색 정물이 `뉴시유` 하고 걸어 나올 것 같다. 누가 버.. 더보기 [스크랩] 거북이 / 김명배 거북이 / 김명배 목을 뽑으면 멀리도 볼 수 있다. 거기도 해가 뜬다. 말을 터 버리면 마음도 트인다. 거기도 해가 진다. 세상은 심심하다. 목을 다 뽑아 버려도. 볼만한 싸움하나 없고 토끼의 간도 없다. 더보기 [스크랩] 靑果 하나 / 김명배 靑果 하나 / 김명배 제각기 다른 높이에서 열매가 맺었다. 가장 높은 곳에 열린 하늘빛 과일 하나, 두고 두고 가슴 아픈 修女院의 과일 하나 삼키지 못한 짐승들이 뒷걸음질쳐서 달아나고, 지금 막 하늘빛으로 불타고 있다, 사랑처럼 활활 불타고 있다. 더보기 [스크랩] 그 사람 / 김명배 그 사람 / 김명배 그 사람이 있는 곳이면 거기가 하늘입니다. 어디서나 늘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람, 그 사람은 마늘냄새가 날지도 모릅니다. 노린내가 날지도 모릅니다. 눈을 감고 마음속에 빈 자리 하나만 남겨 두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나면 따끈한 물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그.. 더보기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