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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2018 / 이병석 고백 2018 / 이병석저는 사기전과가 있습니다.30년이 넘은 일입니다.내게 시집오면 안방마님으로 깍듯이 모시겠다고철석같이 약속했었습니다.그러나 지금까지도 못 지키고 있습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집사람이사기죄가 형법 몇 조 몇 항인지 잘 몰라기소를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하.. 더보기
가을 산책 / 이진학 가을 산책 / 이진학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마음이 풍성해집니다.산과 들이 고운 옷 갈아입고따라옵니다.구름도 따라옵니다.바람이 어깨를 툭 칩니다.웃음이 나옵니다.가을은 내가여자로 보이나 봅니다.속으로 콧노래를 부르면서가을 속으로 걸어갑니다. 더보기
구멍 / 김명배 구멍 / 김명배 쥐구멍 수채구멍 女子의 까만 콧구멍 家計簿에 난 銅錢구멍 날마다 우는 귓구멍 내 무덤에 생기는 여우구멍 2 열쇠구멍으로 들여다보면 보일 것 같다 秘密이 나의 나와 아내의 나와 他人의 나와 詩의 나와…… 모든 나와 나 사이에 있는 秘密 열쇠구멍으로 들여다보면 조금.. 더보기
나무 시인 / 우진용 나무 시인 / 우진용 나무는 시인보다 더 시적이라고 상투적인 언사가 아니다. 초록으로 세상을 점령한 위세에 눌려서도 철 늦은 빈 가지 쓸쓸한 뒷모습 때문도 아니다. 밑둥치 남기고 트럭에 실려서 간 뒤, 비로소 그가 남긴 둥근 시구를 보았다. 어느 시인이 온몸으로 제 나이를 그리겠느.. 더보기
초승달 / 이재봉 초승달 / 이재봉 초저 녘 평상에 앉아 수박을 먹고 있는데 검둥이가 낑낑거리며 내 입만 쳐다본다 배가 고픈가 싶어 먹다 남은 하얀 껍질 하나를 휙 던졌다 검둥이가 쫒아가다 말고 서쪽 하늘을 보며 계속 짖어댄다 하늘을 보니 초승달이 하얗게 박혀있다 -제2회 작품상 수상자- 1991년 『.. 더보기
耳順驛 앞에서 / 이병석 耳順驛 앞에서 / 이병석 기억의 점막에 묻어 있던 내 유년의 꿈 공원묘지 화장실 청소하다 발목이 삐었다. 삔 발목이 제 기억을 찾는 동안 청아제 한의원 병상에 누워 침을 맞는다. 접질린 기억이 따끔하다. 통증이 지속되면서 감각이 무뎌진다. 그랬다 기억이 자라는 동안 육체는 성장을 .. 더보기
바람이 붑니다 / 김성련 바람이 붑니다 / 김성련 룡정 동산 언덕에 바람이 붑니다 스물아홉 생애가 아쉬운 듯 당신은 종일 바람으로 붑니다 천지를 돌다가도 북간도 어머니 그리워 고향에 돌아온 저녁이면 명동집 뒤란에서 선바위 쪽 하늘 보며 하염없이 별을 헤아리더니 바람에 스치우는 별을 헤아리더니 이제 .. 더보기
제2회 의제헌 김명배문학상 심사평 □ 제2회 의제헌 김명배문학상 심사평 ▲대상 수상작 ‘오래된 해후’ 이 시는 2018년 10월에 발간된 우진용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회문(回文)』에 실려있는 110여편의 시작품들 중의 하나로, 그의 자연과 인간과 사회 등 다양한 시세계와 그에 대한 시적 인식과 통찰, 그리고 언어 예술적 표현 방법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시이다. 우선, 우진용 시인의 그러한 모습은 ‘오래된 해후’라는 시의 제목으로 사용된 시어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만남’이라는 사전적 의미의 ‘해후’(邂逅)라는 단어는, 어법상 시간의 경과를 지시하는 ‘오래간만의’라고 하는 부사적 용법을 사용해야 하지만, 시인은 ‘오래된’이라는 수식어로 형용사화 하고 있다. 이는 ‘해후’라는 추상적인 개념어를 의인화시켜, 경험적이고.. 더보기